[2025 한일돌봄포럼 후기] 2025.12.14.
N인분x케어필 온라인 한일돌봄포럼
<당사자 참여로 열어가는 돌봄사회>
박수 받는 ‘내 이야기(物語)’보다 소비되지 않는 ‘주체 서사(者語り)’를!
2025년 12월 14일 진행한 한일돌봄포럼 <당사자 참여로 열어가는 돌봄사회>의 주요 키워드는 발표자 이시다 켄타가 제안한 ‘주체 서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시다 켄타는 영케어러 당사자로 사회에 말할 때 ‘내 이야기(物語)’가 ‘돌봄으로 잃어버린 인생’, ‘가족애’, ‘착한 손주’ 등으로 소비되는 한계를 느꼈다고 합니다. 마치 ‘내 이야기’가 고정되고 완결한 것처럼 취급되며, 나란 사람이 끊임없이 변하는 주체라는 사실이 무시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를 벗어나려면 특정 라벨에 ‘고착된 정체성’이 아니라, 스스로도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며 계속해서 묻는 ‘동적인 주체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특정 라벨에 갇히지 않은 채 목소리 내며 사회와 관계 맺는 실천이 ‘주체 서사’의 핵심입니다. 이번 한일돌봄포럼은 주체 서사를 방해하는 장벽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탐구하는 자리였어요.
불쌍하거나 기특한 청(소)년, 효녀•효자 등으로 박수 받는 ‘내 이야기’는 당사자의 삶을 소모시켜요. 하지만 ‘주체 서사’는 이야기가 사회적 질문을 만들며, 당사자와 사회가 함께 배우는 파트너 관계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 관계가 당사자 참여로 돌봄사회를 만들어가는 핵심 아닐까요?
한국 측 발제: 조기현(돌봄 커뮤니티 N인분 대표)
『‘돌봄 커뮤니티 N인분’의 시작과 여정 속에서 제기된 질문들』
한국의 영케어러 지원 정책 발전 과정과 현황을 전하며 제도적 진전 속에서도, 정책 영역에서 목소리를 낼 때 마주한 딜레마를 이야기했습니다.
1. ‘당사자성’의 틀에 갇히는 문제
: 발언이 ‘영케어러의 어려움’으로만 축소되며, 더 넓고 복잡한 돌봄 현실이 가렵니다.
2. 사회적 재현 이분법: 불쌍함과 기특함
: 미디어가 만든 프레임으로 당사자의 삶을 규정하며, 진짜 삶을 보여주지 못하게 합니다.
3. 청년 정책으로 시작된 논의 한계
: 아동부터 중장년, 노년까지, 생애 전반에 거친 돌봄자에 대한 논의가 부족합니다.
4. 협소한 돌봄 대상, 보편적 돌봄 정책의 부재
: 영케어러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현실이 더 드러나야 합니다.
당사자의 목소리가 긍정적으로 발화되기 위한 윤리적 태도를 제안하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1. 객관화, 돌봄 경험과 '나'의 분리
: 상처를 객관화할 때, 내 경험이 ‘정답’이라는 오해와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2. 다른 집단 간의 ‘어려움 비교’ 경계
다른 약자 집단과 비교와 대립을 너머 연대를 지향하는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3. 메신저 경험과 위치의 한계 자각
: 내가 모르는 영역이 있음을 알고, 다른 이의 돌봄 맥락을 배우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4. 회고할 수 있는 동료 관계 필요
: 부정적 피드백에 상처 받지 않도록, 서로를 지켜줄 안전한 네트워크가 필수입니다.
5.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생태계 조성
: 일회성 고백이 아닌, 지식과 자원이 흐르는 ‘돌봄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 측 발제: 최유나(영케어러 당사자, 연구자, 연세대학교 강사)
『영케어러의 사회적 실천 한계를 넘어 연대로』
영케어러로서 돌봄의 고통, 혼란, 상실에 잠식되었던 과거를 지나, 사회적 언어로 번역해내는 ‘주체적 실천가’로 성장한 여정을 들려주었습니다.
영케어러의 사회적 주체화 과정 5단계
1.돌봄의 시작
: 일방적으로 떠맡게 된 돌봄과 책임의 무게
2.돌봄에 잠식된 나의 삶
: 돌봄으로 나의 현재와 미래가 멈췄지만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막막한 생활
3.가족돌봄 상황을 수용
: 욕구를 미루고 돌봄에 맞는 생계 전략을 짜고, 응급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임
4.나에게서 빠져나와 세상을 응시하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존재를 알아차리고, ‘우리’의 목소리로 확장함
5.연대와 실천, 모두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
: 서로 지지하는 관계망을 만들고, 돌봄 경험을 사회적 언어로 번역함
주체화 과정은 내면의 성장과 자기초월의 과정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탄하진 않습니다. 영케어러의 발화가 인정되지 않거나 왜곡되는 사회적 위계도 경험합니다. 그럼에도 발제는 영케어러를 단순히 ‘지원이 필요한 수혜자’로 보지 않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동적인 지식 생산자이자 인적 자원’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국 측 발제: 김연정(영케어러 연구자이자 지원자, 국립인천대학교 강사)
『한국 후기청소년 영케어러의 내러티브: 가족이 남긴 상처, 고립, 그리고 극복』
영케어러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식은 고통을 단숨에 뛰어넘는 ‘초월’이 아닌, 기어서라도 끝내 넘어서는 ‘포월(匍越)’의 과정임을 들려줍니다.
발제는 원가정의 양육 어려움으로 조부모가 아동을 양육하도록 하는 ‘대리양육가정’에서 자란 후기청소년(19세~24세)들의 목소리를 소개합니다. 대리양육가정 위탁은 아동을 위한 정책으로 구상됐지만, 역설적으로 노쇠한 조부모를 돌보는 영케어러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모의 사망이나 이혼, 단절, 친인척 갈등 등으로 가족이 남긴 상처로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되고, 역으로 돌보는 과정에서 고립되고 맙니다. 가정위탁아동이기에 18세 기준으로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지만, 영케어러는 자립을 유보하며 조부모를 돌보길 선택하기도 합니다. 아동청소년의 ‘돌봄을 온전히 받을 권리’가 실현되기 위해서 영케어러를 예방하고 조기 발견해야 합니다.
우리는 당사자들이 기어서라도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넘어서고야 마는 포월의 자세를 사회 참여만큼이나 의미 있는 ‘삶의 참여’로 인식해야 합니다. 돌봄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거나 화려한 성취를 이루지 않아도 이미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의 가치를 우리는 이해해야 합니다.
일본 측 발제: 카마야마 유우키(영케어러 당사자, 연구자, 오타니대학교 사회학부 조교수)
『당사자가 연구하는 것의 의미』
당사자의 목소리가 사회적 기대나 정해진 틀에 의해 무력화되거나 소비되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며, 그런 틀을 벗어나 대등한 존재가 되고자 연구자가 된 배경을 밝힙니다.
당사자가 진심으로 목소리를 내더라도 이야기는 사회적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무난한 내용으로 수렴되며 무력화됩니다. 이를테면 당사자가 “가족 의존적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면 “아이가 가정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신경 써주셨으면 한다” 정도로 요약되는 것이지요. ‘당사자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주변의 기대와 듣는 사람의 방향 설정의 문제 등이 무력화를 만드는 요인입니다.
당사자 연구자가 되어 본인의 박사 논문을 토대로 ‘생활이 걸린 돌봄의 강제성’이란 개념을 제시하며, 개인의 경험을 구조적 빈곤과 돌봄의 사회적 맥락에서 새롭게 정의하고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돌봄의 강제성을 해소하려면 ‘돌봄을 하지 않는 선택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앞으로 당사자 연구자로 당사자 참여형 연구에 힘 쓰고, 당사자성을 가진 사람을 연구자로 양성하는 일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그것이 당사자 목소리를 무력화시키는 사회를 해체하고, 돌봄을 하지 않는 선택지를 늘려나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 측 발제: 이시다 켄타(영케어러 당사자, 연구자, YCARP 발기인)
『‘내 이야기(物語)’ 의 한계와 ‘주체서사(者語り)’ 에 의한 자기 재구성-영 케어러 경험에서 모색하는 '공동창조적 지식'』
당사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내 이야기(物語)’의 한계와 그 대인인 ‘주체 서사(者語り)’를 제시합니다.
대중의 입맛에 맞게 가공된 전형적인 서사는 당사자의 복잡한 감정을 지우고 정체성을 고정시키지만, 이시다 켄타가 주창하는 주체 서사는 모순과 질문을 그대로 남기며 당사자가 소모되지 않고 변화할 여지를 마련합니다. ‘내 이야기’와 ‘주체 서사’의 일본어 모두 ‘모노가타리’라는 동음이의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같은 발음처럼, 같은 돌봄 경험을 했어도 그것을 어떻게 목소리 낼 것인가 하는 질문의 유무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당사자의 언어가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안
1. 생성형 AI 및 제3자와의 대화를 통한 말의 재구성
2. 익명 글쓰기를 통한 이름과 경험의 분리
3. 다른 분야 간의 교류를 통한 새로운 관점 획득
당사자에게 그 경험만의 대표자가 되어 증언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함께 질문을 이어가며 지식을 만드는 파트너로 초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공동창조적 지식은 살아낸 경험지식, 실천하며 얻은 실천지식, 제도의 논리와 구조를 이해하는 제도지식, AI 및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기술지식으로 구성됩니다. 당사자를 동원의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존재가 됐을 때, 돌봄사회를 위한 공동창조적 지식 형성에 필요한 경험지식과 실천지식이 잘 마련될 것입니다.
한국 측 토론: 오현아(영케어러 당사자, 돌봄예술연구소 대표, 미술치료사)
『당사자 참여의 의미와 윤리적 과제』
당사자의 목소리는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동력이지만, 동시에 당사자의 삶이 동정 프레임에 갇히거나 정체성이 고착화되는 등 부작용을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돌봄자의 목소리는 피돌봄자를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시키거나, 프라이버시 침해의 우려도 있습니다. 영케어러의 경험만 주목할 때, 한 개인이 가진 다층적인 정체성이 영케어러라는 단일한 이미지에 환원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자신을 규정하는 언어의 폭이 좁아집니다. 이제 단순히 당사자 발언의 양을 늘리는 것을 넘어, 발언의 질과 안전한 소통 구조를 고민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일본 측 토론: 카사이 유우(영케어러 당사자, 연구자, 리츠메이칸대학교 연구원)
『논점 제기』
돌봄의 한복판에 있을 때는 돌봄을 객관화하기 어렵고, 돌봄에 벗어난 뒤에도 목소리가 듣는 이의 틀에 맞춰 재단되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당사자가 자신의 경험을 사회적 언어로 해석할 기회나 자원이 적고, 동시에 청중 역시 목소리를 인식할 틀이 빈약합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개념을 대체하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예술, 창업, 출판, 지역사회 참여 등 다양하게 실천을 해볼 것을 제안합니다. 말하는 자의 과제 뿐 아니라 듣는 자 과제, 즉 어떻게 풍부하게 들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도 던졌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개별 사례로 축소하지 않고 구조적이고 보편적인 차원의 의미를 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인식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2025 한일돌봄포럼 후기] 2025.12.14.
N인분x케어필 온라인 한일돌봄포럼
<당사자 참여로 열어가는 돌봄사회>
박수 받는 ‘내 이야기(物語)’보다 소비되지 않는 ‘주체 서사(者語り)’를!
2025년 12월 14일 진행한 한일돌봄포럼 <당사자 참여로 열어가는 돌봄사회>의 주요 키워드는 발표자 이시다 켄타가 제안한 ‘주체 서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시다 켄타는 영케어러 당사자로 사회에 말할 때 ‘내 이야기(物語)’가 ‘돌봄으로 잃어버린 인생’, ‘가족애’, ‘착한 손주’ 등으로 소비되는 한계를 느꼈다고 합니다. 마치 ‘내 이야기’가 고정되고 완결한 것처럼 취급되며, 나란 사람이 끊임없이 변하는 주체라는 사실이 무시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를 벗어나려면 특정 라벨에 ‘고착된 정체성’이 아니라, 스스로도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며 계속해서 묻는 ‘동적인 주체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특정 라벨에 갇히지 않은 채 목소리 내며 사회와 관계 맺는 실천이 ‘주체 서사’의 핵심입니다. 이번 한일돌봄포럼은 주체 서사를 방해하는 장벽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탐구하는 자리였어요.
불쌍하거나 기특한 청(소)년, 효녀•효자 등으로 박수 받는 ‘내 이야기’는 당사자의 삶을 소모시켜요. 하지만 ‘주체 서사’는 이야기가 사회적 질문을 만들며, 당사자와 사회가 함께 배우는 파트너 관계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 관계가 당사자 참여로 돌봄사회를 만들어가는 핵심 아닐까요?
한국 측 발제: 조기현(돌봄 커뮤니티 N인분 대표)
『‘돌봄 커뮤니티 N인분’의 시작과 여정 속에서 제기된 질문들』
한국의 영케어러 지원 정책 발전 과정과 현황을 전하며 제도적 진전 속에서도, 정책 영역에서 목소리를 낼 때 마주한 딜레마를 이야기했습니다.
1. ‘당사자성’의 틀에 갇히는 문제
: 발언이 ‘영케어러의 어려움’으로만 축소되며, 더 넓고 복잡한 돌봄 현실이 가렵니다.
2. 사회적 재현 이분법: 불쌍함과 기특함
: 미디어가 만든 프레임으로 당사자의 삶을 규정하며, 진짜 삶을 보여주지 못하게 합니다.
3. 청년 정책으로 시작된 논의 한계
: 아동부터 중장년, 노년까지, 생애 전반에 거친 돌봄자에 대한 논의가 부족합니다.
4. 협소한 돌봄 대상, 보편적 돌봄 정책의 부재
: 영케어러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현실이 더 드러나야 합니다.
당사자의 목소리가 긍정적으로 발화되기 위한 윤리적 태도를 제안하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1. 객관화, 돌봄 경험과 '나'의 분리
: 상처를 객관화할 때, 내 경험이 ‘정답’이라는 오해와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2. 다른 집단 간의 ‘어려움 비교’ 경계
다른 약자 집단과 비교와 대립을 너머 연대를 지향하는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3. 메신저 경험과 위치의 한계 자각
: 내가 모르는 영역이 있음을 알고, 다른 이의 돌봄 맥락을 배우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4. 회고할 수 있는 동료 관계 필요
: 부정적 피드백에 상처 받지 않도록, 서로를 지켜줄 안전한 네트워크가 필수입니다.
5.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생태계 조성
: 일회성 고백이 아닌, 지식과 자원이 흐르는 ‘돌봄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 측 발제: 최유나(영케어러 당사자, 연구자, 연세대학교 강사)
『영케어러의 사회적 실천 한계를 넘어 연대로』
영케어러로서 돌봄의 고통, 혼란, 상실에 잠식되었던 과거를 지나, 사회적 언어로 번역해내는 ‘주체적 실천가’로 성장한 여정을 들려주었습니다.
영케어러의 사회적 주체화 과정 5단계
1.돌봄의 시작
: 일방적으로 떠맡게 된 돌봄과 책임의 무게
2.돌봄에 잠식된 나의 삶
: 돌봄으로 나의 현재와 미래가 멈췄지만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막막한 생활
3.가족돌봄 상황을 수용
: 욕구를 미루고 돌봄에 맞는 생계 전략을 짜고, 응급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임
4.나에게서 빠져나와 세상을 응시하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존재를 알아차리고, ‘우리’의 목소리로 확장함
5.연대와 실천, 모두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
: 서로 지지하는 관계망을 만들고, 돌봄 경험을 사회적 언어로 번역함
주체화 과정은 내면의 성장과 자기초월의 과정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탄하진 않습니다. 영케어러의 발화가 인정되지 않거나 왜곡되는 사회적 위계도 경험합니다. 그럼에도 발제는 영케어러를 단순히 ‘지원이 필요한 수혜자’로 보지 않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동적인 지식 생산자이자 인적 자원’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국 측 발제: 김연정(영케어러 연구자이자 지원자, 국립인천대학교 강사)
『한국 후기청소년 영케어러의 내러티브: 가족이 남긴 상처, 고립, 그리고 극복』
영케어러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식은 고통을 단숨에 뛰어넘는 ‘초월’이 아닌, 기어서라도 끝내 넘어서는 ‘포월(匍越)’의 과정임을 들려줍니다.
발제는 원가정의 양육 어려움으로 조부모가 아동을 양육하도록 하는 ‘대리양육가정’에서 자란 후기청소년(19세~24세)들의 목소리를 소개합니다. 대리양육가정 위탁은 아동을 위한 정책으로 구상됐지만, 역설적으로 노쇠한 조부모를 돌보는 영케어러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모의 사망이나 이혼, 단절, 친인척 갈등 등으로 가족이 남긴 상처로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되고, 역으로 돌보는 과정에서 고립되고 맙니다. 가정위탁아동이기에 18세 기준으로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지만, 영케어러는 자립을 유보하며 조부모를 돌보길 선택하기도 합니다. 아동청소년의 ‘돌봄을 온전히 받을 권리’가 실현되기 위해서 영케어러를 예방하고 조기 발견해야 합니다.
우리는 당사자들이 기어서라도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넘어서고야 마는 포월의 자세를 사회 참여만큼이나 의미 있는 ‘삶의 참여’로 인식해야 합니다. 돌봄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거나 화려한 성취를 이루지 않아도 이미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의 가치를 우리는 이해해야 합니다.
일본 측 발제: 카마야마 유우키(영케어러 당사자, 연구자, 오타니대학교 사회학부 조교수)
『당사자가 연구하는 것의 의미』
당사자의 목소리가 사회적 기대나 정해진 틀에 의해 무력화되거나 소비되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며, 그런 틀을 벗어나 대등한 존재가 되고자 연구자가 된 배경을 밝힙니다.
당사자가 진심으로 목소리를 내더라도 이야기는 사회적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무난한 내용으로 수렴되며 무력화됩니다. 이를테면 당사자가 “가족 의존적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면 “아이가 가정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신경 써주셨으면 한다” 정도로 요약되는 것이지요. ‘당사자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주변의 기대와 듣는 사람의 방향 설정의 문제 등이 무력화를 만드는 요인입니다.
당사자 연구자가 되어 본인의 박사 논문을 토대로 ‘생활이 걸린 돌봄의 강제성’이란 개념을 제시하며, 개인의 경험을 구조적 빈곤과 돌봄의 사회적 맥락에서 새롭게 정의하고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돌봄의 강제성을 해소하려면 ‘돌봄을 하지 않는 선택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앞으로 당사자 연구자로 당사자 참여형 연구에 힘 쓰고, 당사자성을 가진 사람을 연구자로 양성하는 일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그것이 당사자 목소리를 무력화시키는 사회를 해체하고, 돌봄을 하지 않는 선택지를 늘려나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 측 발제: 이시다 켄타(영케어러 당사자, 연구자, YCARP 발기인)
『‘내 이야기(物語)’ 의 한계와 ‘주체서사(者語り)’ 에 의한 자기 재구성-영 케어러 경험에서 모색하는 '공동창조적 지식'』
당사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내 이야기(物語)’의 한계와 그 대인인 ‘주체 서사(者語り)’를 제시합니다.
대중의 입맛에 맞게 가공된 전형적인 서사는 당사자의 복잡한 감정을 지우고 정체성을 고정시키지만, 이시다 켄타가 주창하는 주체 서사는 모순과 질문을 그대로 남기며 당사자가 소모되지 않고 변화할 여지를 마련합니다. ‘내 이야기’와 ‘주체 서사’의 일본어 모두 ‘모노가타리’라는 동음이의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같은 발음처럼, 같은 돌봄 경험을 했어도 그것을 어떻게 목소리 낼 것인가 하는 질문의 유무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당사자의 언어가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안
1. 생성형 AI 및 제3자와의 대화를 통한 말의 재구성
2. 익명 글쓰기를 통한 이름과 경험의 분리
3. 다른 분야 간의 교류를 통한 새로운 관점 획득
당사자에게 그 경험만의 대표자가 되어 증언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함께 질문을 이어가며 지식을 만드는 파트너로 초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공동창조적 지식은 살아낸 경험지식, 실천하며 얻은 실천지식, 제도의 논리와 구조를 이해하는 제도지식, AI 및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기술지식으로 구성됩니다. 당사자를 동원의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존재가 됐을 때, 돌봄사회를 위한 공동창조적 지식 형성에 필요한 경험지식과 실천지식이 잘 마련될 것입니다.
한국 측 토론: 오현아(영케어러 당사자, 돌봄예술연구소 대표, 미술치료사)
『당사자 참여의 의미와 윤리적 과제』
당사자의 목소리는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동력이지만, 동시에 당사자의 삶이 동정 프레임에 갇히거나 정체성이 고착화되는 등 부작용을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돌봄자의 목소리는 피돌봄자를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시키거나, 프라이버시 침해의 우려도 있습니다. 영케어러의 경험만 주목할 때, 한 개인이 가진 다층적인 정체성이 영케어러라는 단일한 이미지에 환원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자신을 규정하는 언어의 폭이 좁아집니다. 이제 단순히 당사자 발언의 양을 늘리는 것을 넘어, 발언의 질과 안전한 소통 구조를 고민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일본 측 토론: 카사이 유우(영케어러 당사자, 연구자, 리츠메이칸대학교 연구원)
『논점 제기』
돌봄의 한복판에 있을 때는 돌봄을 객관화하기 어렵고, 돌봄에 벗어난 뒤에도 목소리가 듣는 이의 틀에 맞춰 재단되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당사자가 자신의 경험을 사회적 언어로 해석할 기회나 자원이 적고, 동시에 청중 역시 목소리를 인식할 틀이 빈약합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개념을 대체하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예술, 창업, 출판, 지역사회 참여 등 다양하게 실천을 해볼 것을 제안합니다. 말하는 자의 과제 뿐 아니라 듣는 자 과제, 즉 어떻게 풍부하게 들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도 던졌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개별 사례로 축소하지 않고 구조적이고 보편적인 차원의 의미를 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인식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